다호리 출토, 한국 최초의 장궁
지난 토요일, 잠시 여유가 나서 국립 중앙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마침 토요일부터 경상남도 창원시 다호리에서 출토된 유물들의 특별전을 하고 있었기에 이것을 보고 왔습니다. 보려는 것만 보고 나오니 30분밖에 안 걸리더군요.
사실 이런 데서 발굴되는 유물 중 중요한 것은 대개 토기나 관 같은 것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더군요. 통나무를 통채로 깎아 만든 커다란 관도 볼만했습니다만, 전시물 중에서 제 눈을 잡아끈 것은 바로 아래 전시물이었습니다. 바로.. 장궁(長弓)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나무조각과 짐승의 힘줄을 이용해서 만든 합성궁이나 쇠뇌의 유물은 확인이 됩니다만, 장궁의 존재는 지금까지 확인된 바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는데, 이번 발견으로 한국에서도 장궁이 사용된 적이 있었다는 것(적어도 국가체제의 꼴이 갖추어지던 짧은 기간에라도) 정도는 확인이 된 셈입니다. 비록 언제 장궁이 폐기 처분되고 합성궁과 쇠뇌가 표준 장비로 사용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 유물 옆에는 옻칠을 해서 만든 원통형 화살통 또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위 사진을 잠시 설명하자면, 활 본체에 자잘하게 붙어 있는 것은 나무 껍질입니다. 비록 활의 가장자리는 삭아서 없어졌지만 나무 껍질 위에 검게 칠한 것은 아직도 남아 있네요. 활 자체는 참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체 길이는 170cm니까 당시로 치면 사람 키보다 큰 셈입니다. 자기 키보다 큰 활을 어떻게 쏘지 싶기도 합니다만, 현대에 사용되는 일본 장궁의 경우 그 길이가 221cm이니까 못 쏘는 것은 아니겠지요. 활을 쏘는 모습은 현대 일본 궁도의 활 쏘는 자세 와 그리 다르지 않았을 듯합니다.
- 흥미가 있으신 분은 중세 영국의 장궁과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영국에서 사용되는 장궁의 경우 저렇게 사람 신장 길이를 확 넘어갈 정도로 길지 않습니다. 나무의 재질 차이인 것 같습니다.
내년 2월까지 전시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무기나 갑옷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시간이 날 때 짧게 들러서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요즘 국립박물관 입장료는 무료거든요. 게다가 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ps) 가야관에는 전에 못 보던 판갑 한 벌이 들어와 있더군요. 박물관에서 유물을 바꿔 가면서 전시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ps2) 사실 제 관심을 끈 유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만, 이것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호리 장궁이 전시되고 있다면 꼭 가봐야겠군요.
저 장궁이 학술논문에 최초로 언급된 것은 1991년이었죠. 직궁-목궁계 활이 나온 것은 이밖에 신창동 저습지 출토품의 사례도 있습니다. 한반도 남부 지역의 초기 활이 직궁-목궁-장궁계일 가능성을 농후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죠.
아, 논문에 언급된 바가 있나 보네요. 논문은 갑옷에 대한 것만 찾아 읽어서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Orz
아직 햇병아리입니다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고대 한반도 북방의 주민들과 남방의 주민들이 얼마나 이질적인 존재였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반도 남부에서 사용되던 갑옷과 무구가 광개토대왕의 남방 침공 이후 급변하였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데, 활 역시 그 변화의 대상 중 하나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와우! 함 보러가고 싶군요 역시 실물을 봐야…
파파울프님이 올라오신다면 제가 근처에 맛집을 하나 잡아서 섭섭하지 않게 대접할 용의가 있습니다. 내친 김에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칼 전시회와 전쟁기념관도 함께 순례를 하도록 하지요.
그런데 출근을 하신다지만 정말 일찍 일어나셨네요. 저는 회사 일 때문에 철야를 좀 해서, 오늘 하루는 휴일을 받았답니다 :D
1. 아무래도, 쇠뇌나 합성궁이 들고다니기 편하니까…
2. 이분도 상당히 먼치킨인듯… 경기도 박물관을 그렇게 다녔어도 뭐가 있었는지 기억나질 않는데…
1.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화력도 좋지요. 게다가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습기가 많은 환경도 아니고…
2. 이분이 누구신지… 위의 번동아제님이요? +_+
‘ㅈ’ 고어핀드 당신을 말하는겁니다. 어떻게 박물관에 뭐가 추가되었고 뭐가 사라졌는지를 알 수 있는거죠? 당신도 완전 기억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까(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참조)?
아니, 가야관은 좁은 데 비해 갑옷은 몇 벌이나 있어서 하나만 바뀌어도 눈에 띄거든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저런 유물을 전시하는 줄은 몰랐군요.
시간날 때 가봐야겠습니다.
잉글랜드 사람들이 쓴 환목장궁의 경우
메리 로즈 호에서 다량 출토된 유품들을 연구해보니,
평균 길이가 1.9미터에 가까웠고, 2미터에 육박하는 것도 상당 수 되었다고 합니다.
예, 사실 포스트에 링크된 글이 바로 제가 영국 포츠머스 항의 메리 로즈호에서 찍어 온 것입니다. 처음에 봤을 때는 2m짜리 몽둥이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회색 글씨는 고어핀드님께서 색깔만 변경하신 줄로 알았는데, 링크였군요.
음, 어떤 웹 브라우저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색으로 보이시는가 보네요. 제가 쓰는 브라우저에서는 하늘색으로 보입니다만… 저 색은 링크가 맞습니다. 좀 더 잘 표시되도록 바꿀까 생각중입니다.